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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철학 | 삶의 기록 09/11/15 02:39  


내 인생의 변곡점
졸린 눈을 비벼가며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있다. 자료를 만들 때 끙끙거리며 창작의 고통을 느끼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정작 키보드를 두드려 문서를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이지만, 머리 속에 목차가 그려지기까지의 시간이 길다. 돌이켜 보니 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들은 대부분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했다.

열 여덟 철부지 고등학생 때, 무슨 배짱이었는지 두 장짜리 워드 문서를 들고 중견 건설회사 회장님을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하여 2억 원의 자본금을 투자 받아 첫 회사를 만들었고, 면접만으로 선발이 결정 되는 벤처기업경영자전형을 통해 대학(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병역특례 자리가 필요해지자 무작위로 이력서를 뿌리는 대신 한 회사를 골라 깊이 연구한 후 제안서를 써 자리를 만들어 냈다. 당시 이 회사는 병역특례 지정업체가 아니었는데, 설득하여 지정업체로 만들었고 그 때 배정받은 자리를 약속 받았다. (실제로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게 됨)

그 밖에 학창시절 국내외 공모전들에서 네 번의 장관상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 역시 프레젠테이션의 결과였고, 한 학기 동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영학과 수업에서 교수님께 불려가 사업화와 투자 제안을 받기도 했다.

프레젠테이션 철학
프레인그룹을 이끄시는 전설적인 여준영 대표님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구루(guru)들도 계신데 그 앞에서 철학을 논하기에는 우스운 면이 있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철학과 전략이 있었던 것 같아 정리해 본다.

철학 | '내가 울지 않고 쓴 시는, 남들도 울어주지 않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말씀이자 나의 철학이다. 청중 앞에 설 때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발표에 얼마나 깊이 설득되어 있는지를 물어보면 얼마나 압도적인 발표가 될지, 진땀을 흘리다 내려올지 미리 알 수 있다. 내가 먼저 간절히 설득되고 흥분되어 있다면 어떠한 사람도 설득할 수 있다. 위에 나열한 내 인생 최고의 프레젠테이션들은 어쩌면 나의 간절함의 정도와 비례한다.

기술 | 사업계획서나 제안서의 양식을 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사실 관점이 조금 틀렸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은연중에 프레임워크(Framework)에 집중하지만, 고수들은 스토리(Story)에 집중한다고 생각한다. 틀에 박힌 목차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물 흐르듯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스토리라인을 전개하는 가운데 프레임워크에 있어야 할 요소들이 자연스레 녹아있으면 그만이다. 프레임워크는 검산용 도구로 쓰면 충분하다. 내 프레젠테이션은 대체로 심플한 편이고, 가끔은 흑백으로 문서를 만들기도 한다. SK텔레콤의 신사업 제안 경쟁에서 금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 100일 동안 고민한 결과물이 불과 7장의 슬라이드와 475KB 짜리 파일 하나였다. 다만 타이포(Typography)에는 워낙 관심이 많아 세련되고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는 갖추고자 한다. 중요한 건 본질이지만, 이미지도 전략이다.

전략 | '이 세상에서 성공의 비결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의 관점을 잘 포착해 그들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재능, 바로 그것이다.' 라는 포드의 명언을 좋아한다. 상대방의 맥락에 녹아 들어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하는 감각인지도. 그러나 노력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키맨(Keyman)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번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를 기획하라는 주제의 공모전에 참가해 금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 가장 처음 고민한 것이 이 문제를 낸 주체가 누군지를 찾는 것이었다. 마케팅 부서의 상품 기획자가 낸 문제인지, 제품을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낸 문제인지를 한참 고민했다. 다방면의 네트워크를 동원하기도 하였는데, 결과는 전혀 예상치도 못하던 디자인 그룹에서 낸 과제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나는 그들의 디자인 리서치 방법론을 녹여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결과는 당연히 성공적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다. 프레젠테이션은 대부분 경쟁에 기반을 두고 있고 치밀한 전략과 정보력, 영업력 등 사람의 정교한 노력으로 2등 까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1등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요행이 아니라, 진인사대천명과 같은 차원의 운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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