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들어갔니? 언제부턴가 너에게 긴 글을 써주고 싶었는데 말만 해놓고 약속을 못지키고 있었네. 내일 커피를 두세 잔 마실 각오를 하더라도 오늘은 길고 긴 밤을 깨어있고 싶어서 컴퓨터를 켰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만이에 대해서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게 된 것은 그만큼 너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글쎄... 내가 발견한 굵직한 매력만 해도 여럿 되니까 지만이 주위에서 오랫동안 너를 보아온 사람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하....어찌나 예리한지... 내가 아는 지만이는 상대방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섬세한 융털 사이사이까지 한눈에 파악해버리는 무서운 사람이지. 그래서 처음에는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내 모든 걸 들키고 나면 너무나도 편해져버려. 왜냐하면 그런 사람 앞에서는 의미없이 웃을 이유도 없고, 애써 태연한 척 할 필요도 없으니까. 차라리 마음놓고 울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니까. 그러나 지만이의 그러한 모습을 알기 전에는 - 그러니까 우리가 친해지기 전에 내가 알던 지만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무심하고 오로지 일에만 빠져드는 그런 캐릭터로 보였었는데... 다양한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는 지만이의 그런 모습이 참 좋아. 무섭도록 일하면서도 인간적인 흔들림을 잃지 않는 그 모습. 그 젊음. 오래도록 간직하길 바래.
내가 오랫동안 바라고 준비하고 있는 미래를 지금 현재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변호사님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돼. 멋지고, 그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굉장히 즐겁고, 또 많은 생각이 들지. 나는 아직 겨우 시작이고 아는 것도 별로 없으니 그분들이 갖춘 지식, 하고 있는 일, 쌓아가는 경험에 비하면 나는 정말 조그마한 병아리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우울하기도 하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현재를 살고 있고, 오늘같이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내가 정작 그분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그래도 어떠한 형태를 어설프게나마 갖추게 되지 않을까 하고 믿어. 지만이는 이미 현재를 현재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보다는 훨씬 낫네. 하하...지만이가 오늘 싸우고 있는 고민들은 결국 너를 강하고 더 크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네가 남다른 성장기를 보냈다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도 평범하진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게 해. 그리고 궁금하게 해.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인생이란 길을 걸어가. 길게 늘어선 줄에서 앞사람의 어깨만 붙잡고 가던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어느 순간엔가 하품을 계속 하다가 눈을 감고 졸면서 살게되는거지. 하지만, 두 눈을 절대 감지 않고, 현실의 복잡한 퍼즐을 진지하게 맞추어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아는 지만이는 그 중의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지. 나 또한 때때로 눈을 감고 인생의 길을 걸어가기에 늪에 빠지거나 웅덩이에서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럴 때마다 지만이의 살아있는 눈빛, 깨어있는 이성을 떠올리면서 너라면 어떻게 행동할까...어떤 결정을 내릴까...내게 어떤 말을 해줄까 생각하게 돼. 그러고보면 지만이는 모두에게 두루두루 고마운 존재로구나. 특히 나에게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드는 느낌이긴 한데, 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 결국 최후에 승리하는 사람은 너일 것 같고, 네가 제일 행복한 결말의 주인공이 되어있을 것 같고 세상은 아마도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아. 나이를 보더라도 다들 너보다 십년은 일찍 은퇴를 하여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하하하... 어쨌든 그런 느낌이 들어. 잘될거야. 고민하는 것들 모두.
또 기분 내킬 때 더 많이 써줄게. 안녕! (2005.9.6.)
문득 어렵게 맞추고 있던 천 피스짜리 퍼즐이 흐뜨러진 것 처럼 복잡해지는 날.
젠가(zenga) 블럭이 무너져 내리듯 와장창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
내가 선택한 좁은 길이 왠지 모르게 더 외롭게 느껴지는 날..
가끔 열어 볼때면 스스로에게 다시 기운을 내자고, 날 추스리게 만드는 힘을 주는 메일.
사실 아직 미숙함이 많아 친구이자 세살차 누나인 H가 말한 만큼이나
그렇게 완성된 모습이 아닌 스스로란걸 잘 알지만,
'그런 사람'이기 위해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고 싶다.
치열하면서 온화하고, 또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인 사람.
현재를 현재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
두 눈을 절대 감지 않고, 현실의 복잡한 퍼즐을 진지하게 맞추어보며 살아가는 사람.
그래서 결국에 성공이 아닌, '승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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