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러시아 여행기 | 삶의 기록 08/02/19 05:22  

연초부터 회사 휴가를 당겨 쓰고 러시아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한반도와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 우스리스크 등 연해주 지역과 하바로프스크 일대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공항은 언제나 설레임을 주죠.

예쁜 여자들이 많아서 여행이 즐거웠던 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단지 점원일 뿐.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연해주는 수도 모스크바와 1만km 가량 떨어져 있지요. 서울과 부산이 500km 정도고요. 여기는 연해주의 주도(主都)이자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던 블라디보스토크 부동항.

보통 온도는 -20도 이하로 떨어지지만 바람이 없어 서울보다 돌아다니기 편한 면도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모스크바에서 시작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종착점. 길이는 무려 9,288km로 지구 둘레의 1/3 정도지요.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러시아의 대동맥.

러시아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무려 5만배 가량의 인플레가 발생했지만 빵 값과 술 값을 동결하고, 전국토 중앙 난방 시스템으로 온수를 공급한 덕에 정작 서민들은 잘 느끼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루지아 식당에서 먹은 치즈 피자와 돼지 구이. 음식이 전반적으로 짜긴 하지만 아주 맛있었던.

마침 여행 일정과 이재오 러시아 특사의 방러 일정이 겹치면서 급 만남이 주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 운영 전략에 대해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답니다.

블라디에서 우스리스크로 이동 중인 버스 안. 여자 후배들의 귀마개와 무릎담뇨를 뺏은 건 아니고요.. 귀여워서 잠시 빌렸어요.

곧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영석 형, KT 광고에 나오는 형원이, 착한 정아 누나, 고딩 성호 군.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방문지는 한국 기업이 소유한 제주도 2배 넓이의 광활한 농지입니다. 국제 곡물 시장에 관심을 가져 보면 최근 2년간 옥수수와 밀 값이 2배 이상 뛰어 오른 걸 볼 수 있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 같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중국, 인도 등의 급성장에 따라 육류 소비가 늘어났는데, 소와 돼지고기 1kg을 얻기 위해 각각 12kg, 7kg의 곡식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두 번째 이유는 대체 연료 생산에 곡물을 쓰기 때문인데, 이미 미국산 옥수수의 25%가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들어가고 있다네요.

이 추세가 계속 되면 돈을 갖고도 곡식을 사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실제로 식량 수입국이던 소련 붕괴의 주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곡물 수출 차단이었죠. 이렇듯 곡물은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식량 자급률 27%인 우리나라도 대책이 필요할듯. 최근 중국도 농산물 수입국으로 돌아섰고, 자급률이 비슷한 일본은 이미 남미에 자국 농토 2배 규모의 식량 기지를 확보했다는 것 같더군요.

마침 우리가 러시아에서 상환받지 못한 13억 불의 차관을 연해주의 노는 땅으로 받는건 어떠할지.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극동 러시아 개발에 기여하고,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해 평화 무드도 조성할 수 있는 해외 식량 기지를 만드는 것이죠.

잊을 수 없는 밤샘 토론.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었지만, 서로를 위할 줄 아는 열린 마음과 배려가 좋았던 시간.

여행이 끝나자 마자 호주로 유학을 떠난 학교 후배 지연이. 나이는 어리지만 참 배울게 많았던 진지한 친구. 완성되어 갈 모습이 기대됨 :)

TSR에 오르기 전 간식을 사기 위해 들른 재래 시장. 추운 기후 탓인지, 서비스라는 개념이 없는 사회주의의 잔재가 남은 것인지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무뚝뚝하고 다소 시니컬한 편.

하바로프스크를 향해 TSR에서 1박. 잊을 수 없는 추억. 실수도 좀 했지만ㅎ .. :)

이번에도 룸메가 된 용수 놈. 덕분에 지난 중국 여행에서 약속한 '2009.01.01 도전 프로젝트'를 많이 구체화 할 수 있었죠. 우리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고, 우리의 행적이 컨텐츠가 될 그런 도전! 미디어와 자본의 후원을 이끌어 낼 영감들이 몽실 몽실.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에 나오던 인투어리스트 호텔. 책에 나온대로 층 마다 나이든 여성들이 앉아서 관리를 하고 있더군요. 투숙객 감시와 매춘부 공급이 주 역할이라고.

모닝콜도 들쭉 날쭉, 룸 서비스 부르면 화내면서 와서 물건 던지고 가고. 원래 의식의 선진화란 오래 걸리는 일인지 서비스 마인드라는 개념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도로에는 한국의 중고 버스, 일본의 중고 승용차가 대부분입니다. 디자인에는 아직 관심이 덜 가는지 수입한 모습 그대로 몰고 다니더군요.

금으로 칠해진 러시아 정교회.

여긴 나름 현대화된 재래시장. 가격은 대부분 정찰제였고, 깔끔하게 잘 정돈 되어 있더군요.

목각 인형 마트로시카. 인형을 열면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죠. 다산을 의미한다고.

음식은 주로 고칼로리 식단에 염분이 많은 편이고요.

전세계에서 에너지, 삼림, 수산 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 러시아. 외채를 갚을 때 우리는 물건 수출하고 남은 돈으로 갚아야 하지만, 자원이 있는 나라는 땅 파서 갚더군요. 아니면 에너지 가격을 올리거나.

자원이란 건 참 무섭습니다. 이런 나라가 눈 뜨고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 파급력이 엄청 나겠죠. 이미 러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만불 수준. 자원전쟁,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도 국내 문제로만 아웅다웅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할텐데 말이죠.

동화처럼 예쁜 건물들. 수도 모스크바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 @ 하바로프스크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만난 개구장이들. 중간에 있는 녀석은 나중에 여자들 많이 울릴듯. ㅋ

평균 서너 시간을 자고 강행군 하느라 피곤했을 법도 한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은 롤링 페이퍼 채우기에 분주. 받고 나서 많이들 울었죠. 여행 그 자체보다 소중한 건, 새롭게 시작된 소중한 인연이 아닐는지.. :)

# 관련 글: 상하이, 그 두 번째 여행..

Comments (21)

 
| 1 | ... 38 | 39 | 40 | 41 | 42 | 43 | 44 | 45 | 46 | ... 119 | ◀ 이전 글 | 다음 글 ▶
 
 
 
       Search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119)
삶의 기록 (15)
차가운 이성 (58)
뜨거운 감성 (42)
동물적 감각 (4)
Recent Articles
2010 돌아보기 (18)
인터뷰 기사 (2)
크고 싶거든 (6)
압구정 오피스 (17)
트위터가 어려운 이유.. (25)
노 아웃 주자 만루 (8)
기회란 말이지 (5)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 (17)
프레젠테이션 철학 (24)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 (19)
Recent Comment
아주 훌륭 했어요. 감사
02/28 _ boyaci
오홋 간만에 글! 은은하니..
02/28 _ gmailseviltwin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
02/27 _ 비밀 댓글
안녕하세요 드리블 팔로우..
11/30 _ 김혁인
@채경민: 옙. 완전 반가워..
08/04 _ 이지만


TOTAL : 485737
TODAY : 227
YESTERDAY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