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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돌아보기 | 삶의 기록 11/01/24 05:32  

해마다 연말이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쓰곤 한다. 조금 늦었지만 지난 2010년은 평생의 파트너들과 만든 회사 블링크팩토리와 내 삶이 완전히 동기화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회사를 만든 계기는 2009년 초 몇 달간 실리콘밸리 산호세 파견근무 때 처음 접한 아이폰이란 녀석 때문이었다. 유년시절부터 컴퓨터에 푹 빠져 자란 내게 아이폰이란 물건은 유유히 지나 보낸 과거를 10년 단위로 분절시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90년 대에 ‘PC’가 보급되고, 2000년 대에 ‘인터넷’이 확산되는 걸 봤다. 2010년을 앞두고 등장한 이 녀석은 ‘모바일’이라는, 인터넷 등장 수준의 새로운 파도를 몰고 올 것 같다.’

분야를 정한 다음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업은 숫자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그래야 의미도 찾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던 내게 $1~2짜리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려놓고 매출을 올리는 방식은 처음부터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당시에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하지만 모바일이 기존 인터넷 수준의 매체가 될 것이 확실하다면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요가 생길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기업이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고자 할 때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 단순하지만 명확한 계획을 세웠고 아이폰이 한국에 도입되기 전인 2009년 가을 아이폰 회사를 차렸다. 아이폰 도입은 시기의 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즈음 운명적인 만남의 복이 찾아왔다. 트위터를 통해 교류하던(정확히 말해 나 혼자 일방적으로 팔로우 하던) 프레인 창업자 여준영 대표님의 부름을 받았다. ‘한번 봅시다.’ 고백하건 데 그 때의 만남이 없었다면 지금의 블링크팩토리는 존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기업 웹사이트처럼 일반화되어 있는 ‘브랜드앱(Branded Application)’ 마케팅 기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우리를 믿어준 각 분야 최고의 고객사들과 함께 일했다. 증권(미래에셋, 하나대투증권), 정부(법무부, 국세청), 통신(KT, LG U+), 언론(조선일보), 호텔(웨스틴조선호텔), 외식(신세계푸드), 유통(암웨이), 교육(이투스, 김시현 한자연구소) 등. 압구정에 갤러리처럼 멋진 새 사무실을 얻었고, 이제 그 공간이 가득 차 다른 둥지를 찾고 있다.

감히 성공이란 말을 떠올리기에는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예상을 뛰어넘는 순조로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 전 인터넷 붐을 몸소 체험하며 얻은 교훈이 크다. 한 산업의 흥망성쇠를 단시간 안에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때가 중년이 아닌 어린 십대의 나이였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시대적인 운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감사한 일이다.

신기할 만큼 그때와 지금의 풍경에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래서 난 관심 있는 회사의 연혁을 거꾸로 찬찬히 살피는 걸 좋아한다. 처음부터 쭉 잘된 회사, 혹은 그 반대의 회사보다는 그 사이에 서있는 회사들에 관심이 많다. 살아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회사,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찾아 비약적으로 성장한 회사. 그 둘을 가른 차이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게 요즘의 가장 큰 숙제이다.

한가지 실마리는 ‘미장이’가 아닌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우리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의뢰를 받아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지만 단지 만들 줄만 아는 사람, 수동적인 DNA를 가진 조직이어서는 안될 거란 생각을 한다.

우리가 속한 스마트폰 시장이 그 누구의 예측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벌써 다음 단계(Phase II)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리 앞에 놓여졌다. 지금의 역량을 보다 강화해서 최고의 모바일 마케팅 대행사(Marketing Agency)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컨텐츠 출판자(Contents Publisher)나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가 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고민을 한다.

아직 어느 길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회사가 가장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안다. ‘진짜 모바일적 맥락에 꼭 들어맞는 앱을 가장 잘 만든다’는 자신감이다. 지난 한해 동안에도 수많은 모바일 소프트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진정한 모바일 앱 다운 앱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에서 여전히 기회는 많아 보인다.

급진적이기 보다는 늘 새롭게 다가오는 만남의 복과 주어질 기회들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 조각 한 조각의 퍼즐을 진지하게 맞추어 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큰 도약이 있는 2011년이 될 거란 기대를 해본다.

자, 이전 것들은 지나갔고 다시 새로운 한해의 시작이니 올 한해도 우리 블링크팩토리가 만들어갈 놀라운 일들에 큰 기대를 보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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